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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일본어판     만화 이야기 2008. 6. 23. 17:14
H2 일본어판을 구해서 보고 있습니다.
서른네권이나 되는 걸 다 읽으려니 한편으론 행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정말 부담스럽군요.
아무래도 일본어니까 읽는 데 두어배 걸릴 거라고 어림잡아 생각하면...
다 읽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

H2 제2권 표지

2권 모델은 하루까입니다 ^^ 한국어판과 똑같네요.


아직 2권까지밖에 안봤습니다.
읽으면서 인상깊은 부분들을 짚어보려고 했는데, 여기까진 별 게 없군요.
히로가 왜 야구부도 없는 학교에 가서 팀의 모양새를 잡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소개랄까요? ^^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주로 주인공을 묘사하거나 어릴 때의 일화를 소개하는 정도죠.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사람을 흥분시키고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네요.

오늘은 번역에 대한 것을 몇 개 얘기해볼까 해요.
첫번째는 1권에 보이는 명백한 실수입니다.

H2 제1권 71쪽

두번째 칸 히로의 대사는 왼쪽부터 읽어야겠죠? 게다가 키네의 대사는 수고했어까지만.


1권부터 17권까지는 연재 없이 바로 단행본을 출간했기 때문인지 좀 서두른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실수가 몇개 보이는데, 특히 3권까지 그런 게 몇 개 있더군요.
위에 보이는 것은 1권 중반인데, 그냥 읽어봐도 뭐가 잘못된 건지 보이죠?
한번만 다시 읽어봐도 찾을 만한 오류인데,
초판 뿐 아니라 그 뒤에 인쇄한 것들도 모두 같은 오류가 있어서 좀 아쉽습니다.
소장판에서는 고쳐져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다음은 2권에 나오는 노다의 저급 개그예요.

H2 제2권 63-64쪽

노다의 개그는 이런 식의 썰렁함과 약간 당황스러움...


번역판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좋아 좋아! 때릴 수 있어! 저런 약해빠진 커브 따위!"
"처음엔 쓸만 했다만 이제 봤더니만 완전히 노인네들이구만!"
"경노당에나 가보시지."
(하루까가 당황한 듯 쳐다보자)
"지팡이 갖다 주랴?"
(히로가 결국 "얼음나라 왕자! 그만 좀 하시게."라며 제지를 하죠)

일본어판은 사실 좀 지저분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좋아 좋아! 칠 수 있어! 저런 오줌 커브!"
"처음엔 기세 좋았다만 이젠 완전히 예리함이 꺾인 노인네 오줌!"
"꼴 좋다! 방석 한 장"
(하루까가 당황한 듯 쳐다보자)
"소변 커브"
(히로가 결국 "그거나 저거나."라며 제지하죠)

'꼴 좋다'라는 건 'うまい'(잘한다)를 의역한 겁니다만 확신은 없네요.
게다가 '방석 한 장'이라는 건 무엇을 뜻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오줌 커브를 소변 커브라고 바꿔 부르는 부분은 하루까를 의식해서 일부러 순화해서 말하려 한 것 같아요.
원래 'お'를 붙이면 좀더 점잖은 표현이 되거든요.
하지만 '소변'에 점잖은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이 구별될 리가 있나요 ^^;
제 나름대로의 해석이지만, 크게 빗나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해적판에서 '오줌 커브'라고 번역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이번엔 쿠니미 타로(히로의 아버지)가 하루까에게 작업 거는 상황에서.

H2 제2권 119쪽

하루까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과 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함께 담아 히로가 한 말은?


번역판에는 히로가 "회사에서 짤리고 싶은 모양이군"이라고 말합니다.
문맥에 맞는 좋은 번역입니다만, 살짝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원본에는 "짤라도 돼"라고 말하거든요.
이전에 히로가 "내가 졸업할 때까진 회사에서 우리 아버지 짤리지 않게 부탁해."
라고 하루까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왔음을 기억한다면, 그냥 "짤라도 돼"라고 말하는 편이 더 재미있죠 ^^
게다가 만약 "회사에서 짤리고 싶은 모양이군"이라고 말했다면
히로의 아버지가 바로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좀 어색합니다.
(그러고 보니 코가상사에 다니면서 코가라는 이름을 듣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자체가 웃기네요 ^^)

마지막으로 아다치가 자주 쓰는 말장난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2권 165쪽.

H2 제2권 165쪽

이런 말장난들이 자주 나올 겁니다. 크로스게임에도 여러번 나오던데요.


일본어 말장난을 번역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번역판에서는 정상적인 대화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뚱딴지 같은 말을 주고 받는 걸 볼 수 있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요.
히로가 "축구와 야구를 동시에 하는 건 어려울 걸. 겨울에만 축구를 한다면 몰라도"라는 뜻의 말을 하자,
키네가 "농담은 그만하시지!"라고 답하죠.
노다의 "개그맨도 겸하냐?"라는 말에 "난 유망주식이야"라고 대답하고,
히로가 "닭 머리!!"라고 말할 땐 "잘 생각해 보라구!"라고 대꾸합니다.

일본어판을 보실까요?
가능한 한 말장난을 자세히 소개해보겠습니다.
히로의 말에 키네가 "농담은 그만둬!"라는 뜻으로 "죠단와요세!"라고 말해야 하는데
대신 "죠단와요시꼬상!"이라고 "요시꼬"라는 이름을 이용해 말장난을 해봅니다.
노다가 "개그는 연습부족이군"이라고 하자
키네는 "무슨 말을!"이라는 뜻의 "나니오이우!"라고 말하는 대신
"나니오유-카쇼-켄"이라고 바꿔 말하며 "유가증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번역한 분이 유망주식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나름대로 좋았어요 ^^)
이에 히로의 반격. "머리 아파"라는 뜻의 "아따마가이따이" 대신 "아따마가 이따미쥬-조-"라고 말합니다.
이따미 쥬죠는 꽤 유명한 사람 이름인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키네가 "잘 생각해 봐!"라는 뜻으로 "요꾸칸가에떼오께!"라고 말해야 하는데
"요꾸칸가에떼오끼나와"라며 잘 알려진 지명 "오끼나와"를 넣어 장난을 하죠.

어차피 재미없는 말장난입니다.
한 때 유행했던 "참 재밌근영" 같은 근영체나 "예쁘나영" 같은 나영체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번역본을 보면 많이 어색한 대화가 오가는 걸 보고 어리둥절해지는데,
말장난이 있다는 걸 알면 그 궁금증이 해소될 뿐이죠.
(사실 아다치 만화를 보다 보면 번역이 100% 정확히 되어있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긴 합니다만 ^^)

이제 막 읽기 시작해서 가벼운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물론 2권까지에도 심층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소재들이 많습니다만,
더 뒷부분에 중요한 단서들이 나올 때까지 좀 미뤄둘까 해서요.
다음에 더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들고 올게요 ^^


덧붙임: 1시간 넘게 쓴 글이 컴퓨터 다운과 함께 날아가서 좌절... ㅠㅠ 다시 기억나는 대로 쓴 글입니다. 처음 썼던 것보다 정성이 좀 부족해져서 좀 날림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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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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