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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제목을 정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사실 슈우지와 히까리의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거든요.
어쨌든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계기가 되는 건 슈우지의 등장입니다.
이 기회에 슈우지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
H2를 이미 다 보신 분이라면 얘기하기가 좀 쉬울 것 같네요.
내용 폭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직 H2 9권을 읽지 않으신 분, 특히 6권을 아직 펼쳐보지 않으신 분은 더더욱 주의해주세요.
미리 알고 보면 재미없다 하는 분은 이 글을 읽지 말고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
5권 후반, 시기로는 가을 예선이 시작할 때쯤 사가와 슈우지가 등장하죠.
히데오의 어릴 적 친구.
어딘지 모르게 불량스러워보이는 슈우지는, 사실 처음 볼 땐 정말 비중없는 조연일 줄 알았습니다.
잠깐 나왔다 사라질 사람 말이에요.
그러나 그 어둡고 음흉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회가 거듭될수록 밝고 가벼운 모습이 보이게 되네요.
결국은 센까와 센터축 수비의 한 기둥이자 공격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 되어 갑니다.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어요.
하지만 이런 재미가 있으니 만화를 보는 게 아니겠어요? ^^
항상 예상한 대로만 진행되면 그야말로 보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지죠.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전개도 필요하다고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만.
(결국은 조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게 아다치 민화의 핵심 ^^)

어쨌든 아직은 슈우지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기 전.
첫번째 위기는 히데오의 방안입니다.
슈우지만 있던 방에 모르고 들어간 히까리, 이 때 음험한 눈빛으로 장난치는 슈우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첫번째 위기를 넘기고 찾아온 두번째 위기는 여자친구 사건.
슈우지가 히데오에게 여자친구를 잠시 빌려달라고 하죠. 옛날 친구에게 한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도록.
하지만 굉장히 불량스러워보이는 슈우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히까리는 걱정이 됩니다.
슈우지는 히까리를 아무도 없는 공터로 데려가고, 작가는 왠지 모를 위기감을 조성하죠.
슈우지를 찾아온 친구의 억지와 슈우지의 반격 사이에 약간 위험한 순간을 맞이한 히까리.
결국 무사히 넘기고 돌아옵니다.

진짜 위기는 이제 찾아오지요. (제 생각으로는 ^^)
히로에게 보디가드를 부탁했는데, 약간의 혼선으로 인해 히로가 중간에 사라져버리죠.
이 사실을 안 히까리가 히로를 놀려먹을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히까리를 진심으로 걱정했던 히로는 결국 히까리에게 크게 화를 내고 맙니다.
H2 전체를 통틀어 단 한번 나오는 따귀. 그것도 소리만요.
이 순간 히까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히데오를 만납니다.
걱정하는 히데오에게 히까리는 전봇대에 부딪혔다면서 거짓으로 둘러대죠.
차마 히로에게 맞았다고는 얘기할 수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히로에게 맞은 이유까지 설명하려면 너무 복잡하죠.
그렇지 않아도 몇달 전에 히로와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한 여관에서 묵고 온 사건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역시 히까리는 히까리.
계속 캐묻는 히데오에게 멋지게 응수합니다.
아래를 보시죠 ^^

H2 제6권

제6권 123쪽. 히로네 집에서 돌아오다가 히데오를 만난 히까리.


해석 갑니다.
히데오: 많이 늦었잖아? / 어떻게 된 거야, 그 얼굴은!?
히까리: 응? / 아, 이거...
히데오: 설마!? 슈가? (슈우지를 슈라고 부르죠, 소꿉친구라서요.)
히까리: 아니야, 멍하고 걷다 보니 저기 간판에 부딪혀버렸어.
히데오: 정말이야!?
히까리: 뭐야, 뭐야, 역시 그 정도로 걱정할 만한 남자였던 건가?
(잠시 뒤)
히데오: 그랬구나...


사실 히로에게 뺨을 맞으며 충격도 있었을 텐데... 첫번째 컷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요.
그래도 쉽게 넘어가네요.
역공을 취해서, 히로 얘기 자체를 꺼내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에요.

여기서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정식 한국어판의 번역이 좀 아쉽다는 겁니다.
굵은 글씨로 된 부분의 번역은 "물론이야. 그렇찮음(X → 그렇잖음O) 이 히까리 님을 못 믿겠다 이거냐?"예요.
이것도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대답입니다.
히까리 스스로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거죠.
"내 말을 못믿는 건 아니겠지?"라는 뜻으로 받아치면 "그럼 믿을게"가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원본에서처럼 한 발 더 나아가, "사실 너도 슈우지를 의심했던 거구나!"라고 하면,
자신의 신뢰도를 무기로 삼지 않더라도, 슈우지를 변호해줄 수도 있고, 히로 얘기를 안꺼내도 되는 거죠.
이 쪽이 더 자연스러운 전개 아닌가요?
물론 이 상황에서 이만큼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놀랍긴 합니다만... ^^;

자, 이 일이 있은 후로 한동안 만나지 못한 히로와 히까리.
가을대회 결승전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나눕니다.
미안했다, 아니다 사과할 필요 없다 하면서요.
그리고 히까리가 말합니다.
또 아래를 보세요 ^^

H2 제7권

제7권 20쪽. 가을대회 결승전 후 만나 그 때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해석은...
히까리: 나쁜 건 나라고 말했잖아.
히로: ...그래도, 역시, 폭력은...
히까리: 때로는 필요한 거 아냐? / 맞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도 있잖아.
히로: 뭘 알았는데?
히까리: 히로는...
히로: 뭐야?
히까리: 역시 좋은 녀석이야.
히로: 한 대 더 때려줄까?


히까리는 뭘 알았을까요?
아까 앞에서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서, 히까리는 그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혹시 히로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한 걸까요?
지금까지 가끔씩, 히까리가 히로에게 마음을 열어두고 있다는 암시가 있었죠.
이 사건을 통해 히로의 마음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걸까요?
히로의 그 포커페이스 밑에 감춰진 마음을 히까리는 그 때까지 전혀 짐작도 못했으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딱히 자신을 좋아해서가 아닐지 몰라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히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사실 여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뭐라고 결론을 내릴 수가 없더라구요.
도대체 뭘 알았을까요?

하긴 그렇습니다.
속시원히 다 알아낼 수 있다면 고생할 것도 없고, 오히려 재미가 덜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분을 접할 때마다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것, 이것이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걸 테죠.
결론이 나지 않는, 끝이 없을 생각에 빠지고 토론을 벌이고, 이러면서 더 빠져들고 반하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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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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