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안희정씨가 LA에 와서 강연을 한다고 해서 궁금한 맘에 가봤습니다.
기본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발표자에 대해 사전지식을 쌓고 가는 게 보통이지만, 게으른 저는 그렇지 못했네요.
제가 알고 있던 것에서 아무 것도 새로 공부하지 않고 갔어요.
강연 전에 제가 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 현 충남도지사, 민주당,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래 함께 해왔던 사람.
이 정도가 전부라 할 수 있겠네요.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부분들이 훨씬 더 많죠.
강연을 듣고 그런 부분들을 채워넣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갔습니다.

여기쯤 사진을 하나 끼워넣으면 좋을 텐데, 사진기를 들고 가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강연회 홍보지를 넣을 수도 없고... ^^;

좋았던 것은, 안희정이라는 사람의 생각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와 많은 부분이 일치하더군요.
상대를 대하는 태도, 정치와 경제에 대한 견해, 안보와 통일에 대한 관점.
기사를 쓰려는 게 아니니까 간단하게만 얘기해볼게요.

내가 옳고 나와 다른 견해는 틀렸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많이 공감했습니다.
"상대방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보다는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내 말이 채택되면 더 좋은 점이 무엇인가를 설득하라"
이러한 주제에 대해 글을 하나 쓸까 하던 참이라 더 맘에 와닿았어요.

경제정책에 있어서 성장과 분배를 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저와 같은 의견입니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우선되어서는 안되고 동시에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는 거죠.
안보 정신은 투철해야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마찬가지예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규탄하되,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지요.

이외에 몇가지 제가 배운 점들도 있네요.
20세기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패러다임은 바로 약육강식 논리, 즉 다위니즘(Darwinism)이었다고 하는군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똑똑한 지도자가 이끌기를 원했던 시대.
지금 바라보면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대에는 대중들이 바랐기 때문에 독재도 가능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가 더이상 통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안희정씨의 목표라고 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하나로 통합해서 함께 갈 수 있는 정치, 그리고 그러한 정당을 만드는 것.

제가 이해한 것은 이 정도입니다.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꽤 집중해서 듣게 되더군요.
언제나처럼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런 얘기들이 단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어낸 말은 아닐까 하는 점이에요.
실제 생각과는 다른 말들을, 정치인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좋았던 내용에 비해서, 강연이 전체적으로 짜임새있지는 않았어요.
한 가제 주제를 놓고 설득력있게 논리정연하게 진행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흐름은 매끄러웠지만, 마치 강물이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지만 계속 흐르듯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했어요.
연관되는 소재들을 이어나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할까요?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다른 주제로 넘어가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진실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강연을 시작할 때 당신은 말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고백하시던데,
이 점은 정치인 안희정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간단하게 쓰려고 했던 글이 길어졌네요.
지금까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LA 강연회 후기였습니다. 
Posted by 양용현
,

영결식, 노제, 화장하는 모습까지 눈물로 지켜봤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가시는 길을 따랐습니다.
그 날만큼은 모두 한 마음이 된 것 같았고, 어느 누구도 차마 고인에게 욕되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새벽,
경찰은 다시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하고 말았습니다.
밤이 깊어 봉쇄를 시도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로 물러난 지 몇시간만에 바로 말이에요.
서울광장이 누구의 것인지는 자명합니다. 그것은 서울시민의 것이요, 국민의 것입니다.
그것은 시청의 사유재산이 아니고, 정부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억지논리로 시민의 출입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능성만을 들어 제한하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것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사회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오직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문서화된 법으로 만들어야만 제한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것은 음주운전이 교통사고의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기 때문에 법률에 명시해놓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자발적인 추모행렬이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그런 법조항에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서울경찰청장의, 아니면 혹시 경찰청장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일 아닙니까?
혹시 그보다 더 상부에서의 지시가 있었던 겁니까?
그 누가 명령을 내렸든 헌법과 법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더욱 기막힌 것은 서울광장의 원천봉쇄와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의 분향소까지 철거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골이 채 식기도 전에 행해진 이 사건에 대해 저는 분노를 느낍니다.
어찌 이리도 가혹한지요?
조금 전 기사를 보니, 그것은 일선의 실수였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실수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가 자주 일어나면,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를 가장한 것은 아닌지, 또는 그러한 실수를 눈감아주는 분위기가 그런 사건을 방조한 건 아닌지 말이죠.

경찰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Posted by 양용현
,

오늘 새벽에 발인식이 있었죠.
낮에 영결식과 노제를 마치고 이제 수원 화장터로 향하고 계시네요.
당신의 가는 길을 가로막은 추모객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을 보내드리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으니까요.
이제 곧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다는 걸 생각하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내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당신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제 당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통 많던 이 세상에서 떠나 아무 고민도 괴로움도 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계세요.
당신이 편히 계실 수 있다면 제 마음의 안타까움과 괴로움은 참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절대로 마음에서 놓지 않겠습니다.
제 생이 다할 때까지,
제게 있어 당신은 최고의 대통령이자 인생의 귀감이 되어 살아계실 것입니다.
언제까지고 당신의 말씀을 생각하고 당신의 행동을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라도 저와 함께해주셔야만, 당신을 보내드릴 수가 있을 듯합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요?

Posted by 양용현
,

25일 월요일은 미국에서는 휴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였어요.
쉬는 날이 아니면 다녀오기 힘들 것 같아서 부랴부랴 챙겨 다녀왔습니다.
몇년만인지 양복을 꺼내입고,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담배도 사들고요.
국화를 사려고 했지만 팔지 않아서, 분향소에 있기를 바라고 무작정 갔어요.

사실 더 일찍 가고 싶었는데 처음 검색해봤을 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어요.
마음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그제 기사를 뒤적이다가 LA에도 분향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어제 바로 찾아나섰지요.

한인타운에서 8가를 따라 호바트(Hobart) 길과 만나는 곳에 한민족 노동상담연구소(KIWA)가 있더군요.
입구에 조화가 두 개 서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니 몇몇분이 상복을 입고 맞이해주시더군요.
프로젝터에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상들이 쏟아져나오고, 그 옆으로 영정이 놓여 있었습니다.
국화가 준비되어있어서 저도 영전에 한 송이 바칠 수 있었습니다.
담배도 뜯어서 한 개비 살짝 꺼낸 채로 제단에 올렸습니다.
이미 몇갑 놓여져있더군요.
두 번 절하고 상주로 계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몇마디 이야기한 뒤에 나왔는데 어느새 30분이 흘렀더군요.

조문을 마치고 나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영정이 놓여져있는데도,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아직도 거짓말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눈물이 흐르지 않은 데 대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끝까지 거부해보려는 마음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분향소가 만들어진 지 만 이틀이 되어서도 천여명만 다녀갔다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에도 드문드문 몇 분 오셨지만, 줄설 필요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적더군요.
LA 교민이 위성도시까지 합해 거의 백만에 육박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적은 듯하네요.
홍보가 덜 되어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만약 이것이 교민사회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꽤나 슬플 듯합니다.

Posted by 양용현
,
인디밴드 울트라컨디션의 멤버 락별이 작사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자유롭게 퍼갈 수 있다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함께 들어보시면 좋겠어요.



아래는 공식 영정 사진입니다.
가신 뒤에야 이렇게 사진 하나 모시다니, 저도 참 행동이 많이 느립니다.
Posted by 양용현
,

김동길씨가 또 망발을 했군요.
정상적인 사고기능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는 문장으로 시작해놓고,
결국 할 말은 다 하더군요.
자신이 예전에 했던 무책임하고 몰지각한 발언에 대한 비겁한 변명과 함께,
'모든 책임은 노씨에게 있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전 국가원수를 모욕하는 언행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나요?
김동길씨,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 중입니다.
제 발 그 입 다무세요.
당신은 조갑제만도 못한 인물입니다.

Posted by 양용현
,
다음에서 기사를 계속 챙겨보고,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글을 읽어봤습니다.
공감하는 글이 무척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 정말 제 맘에 와닿는 글이 있어서 링크합니다.

죽지 않는 돌고래님, "노무현 대통령 -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다." (http://kimchangkyu.tistory.com/553)

결국 당신께서는 지긋지긋한 가중처벌을 피하지 못하고 그제와 같은 일을...
그리고 저 세상으로 가신 뒤에도 많은 욕을 당하고 계십니다.
인생을 편하게 살려 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과 맞서 싸워오신 죄로, 많은 적을 만들었기 때문에요.

이 순간 당신의 죽음에 대해 전혀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해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조갑제, 이장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그 동안 정치적 입장이 반대였든 아니든 간에 그런 말을 해댈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의문이 듭니다.
일일이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아직 감정적이어서 얼마나 이성적인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니와,
타일러준다 해서 들을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에, 괜한 수고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마음 속으로 욕이나 하면서 그렇게 살라고 놔두는 편이 편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양용현
,

아- 가시고 나서야 이렇게 마음 속의 말을 겉으로 표현하게 되다니,
정말 저란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지 모르겠습니다.
왜 좀더 일찍부터 이 마음을 좀더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는지 후회가 됩니다.
짧게나마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더 당신을 변호하고 같은 편에 섰어야 하는데...

세시간전, 아침에 눈을 뜨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제의 일이 떠올라 힘들었습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을 어찌하겠습니까?
현실이 악몽 같아서 차라리 다시 잠들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한국에 당신과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든든했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마치 부모님이 계신 것처럼 저에게 힘이 되는 것이었어요.
존경하고 싶은 정치인을 만나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습니까?
한 명이라도 만났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과거형이 되었네요.

최근 몇달간 당신을 둘러싼 모든 잡음들, 소문들,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밝은 웃음과 함께 돌아와 제 마음을 기쁘게 해주실 것이라 믿었어요.
아니, 소망이라고 해야겠지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신을 탓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힘든 마음으로 살아오셨는지,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짐작이 됩니다.
제 바람을 저버리고 가신 데 대한 원망도 없지 않지만,
그간 받으셨던 마음의 고통, 떨어지는 순간에 겪으셨던 몸의 고통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합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겠습니다.
제, 그리고 우리 마음 속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님.

추신: 근조 배너를 달았습니다.
배너를 달고 싶으신 분은 배너를 클릭하세요. 만드신 분께서 배너 다는 법을 설명해놓은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Posted by 양용현
,
몇달만에 쓰는 글이 이런 글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다니.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고, 가슴은 철렁거리고, 몸이 움찔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오늘이 만우절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도 만우절에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게 만우절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믿을 수 없었지요.
진심으로 거짓말이기를 바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으로 기사를 확인하고서야, 이것이 단지 꿈 속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악몽을 꿀 때마다 깨어나서 안도하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입니다.
지금도 꿈 속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눈을 뜨고 나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사실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되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나고 있습니다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에요.
도저히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군요.
단지 하나 분명한 것은...
오늘 2009년 5월 23일은,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존경했던 거의 유일한 정치인,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가슴 속에 묻어야만 했던 날이라는 것을요.
가신 세상에선 마음 편하게, 아무런 괴로움도 없이 지내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Posted by 양용현
,
유인촌 장관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연합뉴스, "柳문화, 이전 정권 정치색 단체장 물러나야"

유인촌 장관이 오늘 열린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군요.
읽어보면 그럴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것은 정치색 단체장이라는 전제를 붙여서 말하기 때문이죠.
이전 정권에서 임명했으면 정치색 단체장이라고 규정하는 겁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정치색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요?
정치적 성향을 가진 문화예술인사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문화예술단체를 운영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인사는 문화정책에 더 보수적인가요, 진보적인가요?

전제 자체가 틀렸습니다.
문화와 정치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니까요.
단지 소신과 가치관이 있을 뿐입니다.
정치적으로 의견이 달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은 같을 수 있지요.
설령 가치관이 다르다 해도 이렇게 쫓아내려 해서는 안됩니다.
가치관이 정반대인 사람과 함께 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압니다.
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면서 그런 호불호를 따진다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설득하고 달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생각이 다른 단체장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되죠.

이미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모시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알아서 물러날 테죠.
스스로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은 결국 쫓아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강요한다면 합당한 요구가 아닙니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단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사실 문화예술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요.
다른 분야에서도, 정치색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검찰, 경찰도 본래 중립이 아닙니까? (90년대 초반까지는 아닌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만)
국정원 같은 경우는 정보기관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니까 당연히 바뀌어야 하겠죠.
이런 경우는 이미 물러났고, 그 외의 경우는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인촌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말 인사에 대해도 문제를 삼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적법한 인사였고, 또 필요한 인사였습니다.
정치와 관계없는 단체장까지, 대통령이 바뀌기 몇달 전부터 공석으로 비워놓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루나 한 달도 아니고, 퇴임 몇달 전부터 인사권을 놓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월권이 아닌가요?
유인촌 장관님, 오늘의 발언, 재고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깊이 살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관위의 유권해석, 이해할 수가?  (2) 2008.04.07
미국말법 좀 거슬리네요.  (4) 2008.03.27
치르다와 담그다, 잠그다  (2) 2008.02.25
노무현과 이명박  (5) 2008.01.27
설날을 없앨 순 없죠  (0) 2008.01.21
Posted by 양용현
,
정말 아쉬운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제 개인에게 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욕하고 비난하고 모진 말로 깎아내렸지만, 저에게만은 최고의 대통령임에 틀림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불안하고 안타까웠던 적도 여러번 있었습니다만,
언제나 저에게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분이 떠나가는 길에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싫어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지난 세월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다행입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정치인으로서 좋은 역할을 계속 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무책임한 기대를 짊어져야 하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한편으론 죄송하지만,
이 기대에 그대로 보답해주실 것을 믿기에 더욱 바라는 것이겠지요.

인터넷을 돌아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네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훨씬 많은 분들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생각을 가지신 분들 역시 존중합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 내일 자정,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 직무 수행을 할 때까지는
제 마음 그대로 열어두고 싶습니다.
Posted by 양용현
,
노무현과 이명박     깊이 살펴보기 2008. 1. 27. 11:13

어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이명박을 싫어하는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한나라당이라서 싫어하는가?
물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잘못하지 않는 사람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것이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결국 슬그머니 사과하고 덮어버리죠.
(그나마 사과를 안하는 것보다 낫긴 하죠)
그리고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그 공약들도 맘에 안드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교육정책, 노동정책, 금융과 산업간 균형, 방송 및 언론에 대한 인식, 공기업과 공무원, 정부에 대한 인식,
그리고 대운하!
아직도 강을 이용한 물류정책이 성공할 거라고 믿는 그 저돌적이면서 굳어버린 생각.
환경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몰지각함.
(저도 일부 환경운동가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냥 김대중 정부의 계승자라서? 내 고향사람들이 지난 대선에서 엄청나게 지지했기 때문에?
물론 아니지요.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자세'입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원칙을 줄곧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원칙에서 벗어난 적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큰 원칙을 위해 작은 원칙을 포기한 것이죠.
(딱히 예로 들 만한 것이 생각나진 않네요. 원칙을 벗어난 사례를 누군가 얘기한다면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관습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질 것이 두려워 해야 할 일과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관습과 맞서고 있어요.
신당 대표 손학규를 몰아붙이다시피 비판한 것은 좀 맘에 들지 않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받아들일 수 없는 것과 맞서야 한다는' 자세는 맘에 들거든요.

둘째로 맘에 드는 것은 그 원칙이 저와 상당히 일치하기 때문이죠.
이게 아니었다면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위 문단에 적은 것만으로는 단지 존경스러워할 이유밖엔 되지 않죠.
교육정책, 기업정책, 노동정책, 균형발전정책, 인권 및 친일조사보상, 언론정책.
일부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수능등급제는 저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든 면에서 나와 생각이 일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제가 자주 가는 한글로님이나 박형준님 블로그에도 저와 다른 관점에서 쓰여진 글들이 보이곤 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비슷하고 맘에 드는 글들이라 계속 보는 것이죠.

이런 데까지 생각이 미치고 보니,
그래, 이명박이 하는 걸 모두 싫어하지는 말자. 잘 하는 것은 인정해줘야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 썩 맘에 드는 부분을 찾아내진 못했습니다만, 뭐든 잘 하는 게 있기야 하겠죠.
그리고 맘에 안드는 부분이라도 무조건 삐딱하게만 바라보지는 않으려고요.
가능한 한 이해해보려고 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비판을 가해야겠죠.
그래서 지금 고르고 고른 것이, 교육정책과 대운하입니다.
다른 것은 아직도 좀 생각중이랍니다 ^^;

Posted by 양용현
,

뉴스를 보다가 가볍게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인터넷 상에서 그런 댓글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요?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저로서는 정말 씁쓸했습니다.
그냥 장난처럼 하는 말에 일일이 핏발세워가며 대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볍게 흘려넘기자니 그 정도로 미움받을 건 없을 텐데라며 속만 탔지요.
그런데 참여정부가 다 끝나가는 지금도 이와 비슷한 "장난"을 볼 수 있더군요.
한나라당이 그런 정당이라고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천 화재 참사를 참여정부 탓으로 넘기질 않나,
이번에는 새 대통령 당선자가 잘못하는 일도 결국은 참여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치부하는 글까지.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견강부회는 하지 말아야지요.
논리적이지 못한 글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반더빌트님의 글을 보니 아마도 상당히 진보적 색채를 띠고 계신 듯하군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분이 글을 잘못 쓰셨거나 제가 글을 잘못 읽었겠죠.
이명박 정부도 싫고, 참여정부도 싫어서, 둘을 뭉뚱그려 공격할 수 없을까 고민한 모양인데,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게 한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참여정부가 모든 잘못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군요?
아니 왜 참여정부에서만 멈추었나요?
그 앞의 국민의 정부, 그리고 그 전, 박정희 시대, 더 깊이 올라가서 조선시대, 고려시대는 문제가 없나요?
단지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글이었다면, 예, 그런가 보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사로 발행하면서 허황된 논리에다가 감정만 실린 글은, 읽고 있기가 어렵네요.

참여정부에서 잘못한 일들이 몇가지 열거되어있던데, 요약해보면 두 가지더군요.
부동산 정책 실패와 친기업적 정책.
인정합니다. 부동산을 제대로 잡는 데 분명히 실패했고, 친기업적이라고 비판받을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친기업적이라고 해도,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도 끊임없이 요구를 했고 보수 언론들도 끊임없이 비판하지 않았나요?
어느 정도에 중심을 잡고 있느냐를 봐야지요.
민주노동당에서 요구하는 만큼 친노동자정책이 아니라면 무조건 친기업적이라고 치부되어야 하는 걸까요?

부동산에서는 부족하지만 분명히 노력을 했고 성과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 과열을 조장했다고 하는데, 참 납득하기 어렵군요.
어떻게 지방의 혁신도시를 위해 지원한 돈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건가요?
그 잡기 어렵다는 부동산 과열을 슬슬 잠재우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공이 아니라는군요.
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다구요?
도대체 다른 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다는 것은 어떤 논리인가요?
주식시장, 금융시장, 경제가 같이 움직인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군요.
서울 집값이 오르면 동해 집값도 같이 오르나요?
동경 집값이 내리고 뉴욕 집값이 내리면 서울에서도 그래야 하나요?

게다가 부동산 투기 억제에 실패해서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죠.
투기 억제를 못했다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투기를 부추기는 후보를 찍어준다는 게 어떻게 말이 됩니까?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아니라면 말이죠.
친기업적인 정책들을 보고 실망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배짱으로, 더 친기업적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입니까?
마치 절벽에 매달려있는 사람이, 그나마 자기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놀라자빠지는 꼴을 보고 싶어서
스스로 그 도움의 손을 놓아버리는 얘기 같군요.

이에 대해서는 반더빌트님 글의 댓글에 수많은 반박글들이 있으니 이 정도로 얘기하겠습니다.
그리고 MoveOn21의 난매님이 쓰신 글과 거기에 달린 "우리예리"님의 댓글이 참 잘 정리되어있더군요.

MoveOn21 난매님의 "왜 또 노무현인가?"

마무리는 좀 다른 얘기로 하고 싶네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비판받고 있습니다.
색채는 결국 중도라는 거지요.
중도보수인지 중도진보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지만요.
어쨌든 저의 이념적 성향과는 가장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지형이 저한테는 참 이해가 안됩니다.
진보주의자라면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참여정부를 덜 싫어해야 하고,
보수주의자라면 민주노동당보다는 참여정부를 덜 싫어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아요.
누군가가 참여정부가 편가르기를 해왔다고 하던데,
가운데 선 참여정부가 편가르기를 했나요, 아니면 양쪽 끝에 선 진보,보수주의자가 편가르기를 한 건가요?

Posted by 양용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