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우리말'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3.27 미국말법 좀 거슬리네요. 4
  2. 2008.02.25 치르다와 담그다, 잠그다 2
  3. 2008.01.07 당선자나 당선인이나 3
  4. 2007.12.08 국어와 국사 교육은 우리말로
오늘은 두번째로 우리말에 관한 얘기를 한번 해볼게요.
미국말법이 어느샌가 우리말 속에 깊숙히 침투해서 이제 구분하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고 쓰는 미국말법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하긴 일본말법도 여기저기 많이 섞여있고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들도 많죠.
언어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동화된 것을 굳이 찾아내서 고치려는 노력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듯.
(그러다가도 '자주성'이라는 걸 생각하며 발끈할 때도 있지만요 ^^)
하지만 아직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색한 부분들만이라도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두 가지예요.
1. 문장 중간에 들어가는 '그러나'
2. 대명사 '그것'

우리말에서 접속사는 항상 문장 처음에 나오지요.
구어체에서는 좀더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만, 문어체에서는 엄격하게 지켜져왔지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신문, 방송에서 기자들이 쓰는 말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경찰청은, 그러나, 이번 사건에 정치적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더 강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아요.
다만 평소에 듣지 않았던 말들이라 많이 어색합니다.
말을 시작했다가 '앞의 내용과 대조되는 내용'이라는 걸 깨닫고 말을 고친 것도 아닙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왜일까요?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말에 이런 표현이 있으니까, 좀더 유식해보일까 싶어서가 아닐까...?
이것이 제 추측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그만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번 사건에 정치적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더 자연스러운가요?
얼마나 더 듣기 편한가요?

말이 나왔으니 덧붙여 얘기하겠습니다만,
미국에서도 이 표현은 고급표현으로, 격식을 갖춘 글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말할 때는, 방송에서도 그다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에요.
정말 강조해서 반전을 얘기하고 싶을 때만 사용하죠.
그래야 강조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그다지 강조라는 느낌도 들지 않고, 게다가 의미 전달도 좀 흐려지잖아요.

두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건 앞의 단어를 받는 대명사 '그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말에서도 상당히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에 없던 표현까지도 미국말법에 맞춰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의 그것에 비해 반에 지나지 않는다."
저에게는 '그것' 존재 자체가 매우 거슬립니다.
그 부분을 빼도 우리말은 충분히 의사전달이 됩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의사전달은 되지요 ^^)
어차피 '1인당 GDP'라고 쓰지 않고 '그것'이라고 쓰면,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지요.
무엇을 대신해서 쓴 건지 정확히 알려면 문장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만약 문장구조를 알고 있다면 '그것'이 없어도, 뜻을 파악할 수 있겠죠.
뿐만아니라, 우리말은 그 부분을 빼는 것이 더 올바른 사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편이 더 이해하기 쉽지요.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에 비해 반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로야 이렇게 쓰면 문법에 틀린 말이 되지만, 우리말은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왜죠?
왜 번역체를 쓰는 걸까요? 부자연스러움을 무릅써가면서까지 말입니다.
역시 유식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니면 번역하기 편하게 하려고?
당장 그만둬줬으면 좋겠어요.

가끔 혼동하기 쉬운 경우가 있긴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이 미국보다 크다."
문맥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과연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하는지,
우리나라의 대일본, 대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을 비교하는지 알 수가 없지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부 기자들의 표현을 빌면,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그것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대미국 그것보다 크다."
뭔가 좀 헷갈리지만 어쨌든 구분은 됐습니다.
알쏭달쏭해서 모를 것 같긴 해도 자세히 파고든다면 못알아듣지는 않겠죠.
하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은 어떤가요?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대일본 적자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대미국 적자보다 크다."
좀더 길어졌지만 의미를 좀더 확실하게 알 수 있죠.
'그것'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나아보이지 않나요?

생각보다는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만, 이것도 가능한 한 줄이고 줄여서 쓴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이 상당히 많았는데, 길면 길수록 논리적인 글과 멀어지는 제 글의 특성상, 여기서 줄이는 게... ^^
계속 '미국말법'이라고 했는데 사실 영어식 표현이라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 때문이 아닐까 해서 굳이 '미국말법'이라고 해봤어요.
다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양용현
,
오늘은 틀린 표현에 관한 얘기입니다. 저도 고등학교 졸업한 후로부터 점점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져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야 교과서에 실린 정확한 표현만 보다가, 이젠 온갖 틀린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능하면 맞춤법을 지키려고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노력을 좀 하고 있어요. 게다가 영어를 자주 쓰다 보면 우리말이 좀 어색해질 때도 있어서 더더욱이요 ^^;

흔히 틀리는 표현 중에 하나가 '치르다'와 '담그다', '잠그다'입니다.

치르다 (O) 치루다 (X)
담그다 (O) 담구다 (X)
잠그다 (O) 잠구다 (X)

이 동사들은 기본이 '으다' 형태이므로 다음과 같이 활용해야 맞겠죠.

치르고, 치러, 치렀는데, 치를, 치른다 (O)
담그고, 담가, 담갔는데, 담글, 담근다 (O)
잠그고, 잠가, 잠갔는데, 잠글, 잠근다 (O)

다음과 같은 표현들은 잘못되었습니다.

치루고, 치뤄, 치뤘는데, 치룰, 치룬다 (X)
담구고, 담궈, 담궜는데, 담굴, 담군다 (X)
잠구고, 잠궈, 잠궜는데, 잠굴, 잠군다 (X)

정확한 표현을 이용한 용례는 다음과 같이 해야겠죠.

시험을 치렀는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
잘못을 했으면 반드시 죄값을 치러야 한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이젠 별로 없어요.
물에 온몸을 담그니 피곤이 싹 가시는 것 같다.
문을 꽉 잠가라.
단추를 다 잠그는 것은 좀 답답해요.

그런데 이것을 틀리게 쓰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러다가 '치루다'와 '담구다', '잠구다'가 옳은 표현으로 바뀌지나 않을까 하는 겁니다. 실제로 맞춤법이나 표준어가 실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예가 적지 않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아쉬운 것이 '삼가다'와 함께 '삼가하다'를 옳은 표현으로 인정한 것이었어요. '삼가'라는 말에는 몸짓이나 말 따위를 조신하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지요. 그래서 '삼가다'라는 것은 조심해서 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였고, '삼가 하다'라는 것은 조심해서 한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쓰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지니 '삼가하다'를 인정하고 말았지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삼가하다'는 틀린 표현이었는데, 당시에도 소위 지식인들 사이에 이렇게 잘못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명의로 된 팻말조차 '잔디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합시다'라고 써있는 것을 보았으니까요.

구구절절 길어지고 말았네요. 하기야 말은 원래 변하는 것이고, 조선시대에 쓰이던 말 중에 지금도 그 뜻 그대로 쓰이는 말이 반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까진 없는 일이겠지요. 그래도 아직 변하지 않았다면 원래의 형태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치르다' 따위와 비슷하게 활용되는 단어들을 열거해보겠습니다.

끄다: 끄고, 꺼, 껐는데, 끌, 끈다
쓰다: 쓰고, 써, 썼는데, 쓸, 쓴다
크다: 크고, 커, 컸는데, 클
굼뜨다: 굼뜨고, 굼떠, 굼떴는데, 굼뜰
예쁘다: 예쁘고, 예뻐, 예뻤는데, 예쁠
움트다: 움트고, 움터, 움텄는데, 움틀, 움튼다
아프다: 아프고, 아파, 아팠는데, 아플
다르다 (ㄹ불규칙): 다르고, 달라, 달랐는데, 다를
지르다 (ㄹ불규칙): 지르고, 질러, 질렀는데, 지를, 지른다

찾다보니, '치르다'는 '-르다'면서 ㄹ불규칙이 아닌 동사네요. 모조리 조사해보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예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
Posted by 양용현
,
요새 본 글에 '당선자'와 '당선인'에 대한 논란을 주제로 한 글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현행법에 '당선인'이라고 쓰고 있다고 하여 이 명칭을 쓰도록 요청했다는데,
헌법에서는 '당선자'라고 부르고 있다면서요?
그렇다면 법적으로 어떤 용어가 맞는지에서는 무승부-
(아니면 적어도 헌법이 상위법이니까 '당선자' 승리군요 ^^)

지금까지 써온 용어는 '당선자'였지요.
전혀 문제없이 써왔고, 이상하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선인'은 처음 듣는 용어라 약간 생경스럽지요.
이것도 부르다 보면 익숙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언어가 변하는 것이라고 하면, 원래 쓰던 것을 써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도 무승부로군요.

어느 분께서는 '자(者)'에 비하의 뜻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한참 잘못된 인식인 것 같습니다.
우리 말에는 '자'로 끝나면서도 비하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지요.
지도자(指導者)
패자(覇者) : (세상을, 경기를) 제패한 사람
승자(勝者)
현자(賢者) : 현인이라는 말도 쓰이지만, 현자가 더 익숙하죠?
이처럼 '자'로 끝나는 말이 나쁜 뜻을 가지지 않은 경우가 많네요.
물론 '자'로 끝나면서 나쁜 뜻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자'라는 글자에서 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로 '자'라는 단어 자체는 약간 낮추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보다는 '그 자'라고 하는 편이 낮춰부르는 말일 테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낮추거나 하는 말은 아니죠.
게다가 이 경우 '그 인'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자'와 '인' 사이의 구별은 의미가 없습니다.
역시 무승부 아니겠어요?

꼭 '당선인'을 써야 한다는 주장에는 아무래도 근거가 좀 희박합니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겠지요 ^^
저는 그냥 '당선자'를 쓰렵니다. 이 말이 더 익숙하니까요.
Posted by 양용현
,
이건 꼭 얘기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었죠?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서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발언 전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너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발언을 다시 끄집어내서 어쩌겠느냐구요?
이 발언을 할 당시에는 그 무시무시한 선거법으로 인해 말을 못했으니까 이제라도 얘기하려구요.

이 말이 진심에서 나왔으면 정말로 큰 문제고, 잠깐 예로 든 것이라 해도 간과할 수는 없네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무심코, 적절하지 않은 예를 들 수 있는 사람은 믿을 만하지 않잖아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죠.

한 나라의 언어를, 그 나라의 말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말로 가르친다는 생각은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나요?
첫째로 우리말과 우리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좀더 깊게 얘기하자면 우리 민족의 얼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와 정서를 담고 있죠.
그래서 우리말로 배워야만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가 전달이 될 겁니다. 이해도 빠를 거구요.
마치 영어를 우리말로 아무리 배워봐야 제대로 발음하기도, 의미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것과 같죠.
만약 우리말을 영어로 배운다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돌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어를, 더 어렵고 하기 싫은 걸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말과 우리글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말 겁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할 것이 바로 국사죠.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이것은 영어로 가르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지금보다 훨씬 더 소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이상, 영어로 배우는 것이 우리말로 배우는 것보다 이해도가 떨어질 것은 당연하겠죠.
(그렇다고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자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이건 일단 논외로 하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더 널리 퍼뜨리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는데,
영어로 가르친다면 이에 방해가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죠.

잠깐, 설마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그건 전쟁이 나도 사람이 죽을지 안죽을지 모른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군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한번 경험한 적이 있지요.
일제시대, 그 중에서도 1930년대 이후 십여년간 우리말과 우리글을 못쓰고 모든 걸 일본어로 배운 적이 있었죠.
그런 경험을 다시, 그것도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가볍게 예로 들었다는 변명,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가볍게 생각해서 예로 들 만한 사안이 아니지요.
혹은 외국인에게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도해보자는 변명도 역시 궁색해요.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다가 오히려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우리말로 배워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외국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더 자신있게, 더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대운하 정책과 함께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이 두 가지는 꼭 철회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사람들에게 드러내보이길 좋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또 무슨 일을 계획할지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찌되었든 이 두 가지만은, 지금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Posted by 양용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