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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만화 이야기 2008. 5. 13. 13:44
황미나의 작품 중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것은 '파라다이스'입니다.
이것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더 오래전부터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파라다이스'를 계기로 저는 황미나에게 빠져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황미나의 만화라면 가리지 않고 구할 수 있는 대로 다 읽었지요.
지금도 국내 작가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파라다이스 1권

소년만화의 냄새가 다분히 풍기는 파라다이스 1권


'파라다이스'와의 첫 만남은 중학교 3학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춘천에 있는 한림대에서 1달 정도 지내게 되었는데, 친구가 아이큐 점프를 가지고 있었지요.
아마 1992년 아이큐 점프 29호 혹은 30호...
거기에 '파라다이스' 25화가 연재된 것을 봤지요.
그리고는 바로 이 만화에 꽂혔습니다.
단 한 화를 보고 빠져든 거죠.
그로부터 아이큐 점프를 사 모으는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중고책방을 돌아다니면서 과월호도 사고 말이에요.
결국 빠진 이를 다 채울 수는 없었지만, 단행본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파라다이스'가 끝나고 1년도 안돼서 소년 챔프로 옮겨 탔으니, 아이큐 점프를 사는 이유는 정말 그것 뿐이었죠.

파라다이스 3권 125페이지

제가 가장 처음으로 봤던 장면입니다. 아이큐점프에선 컬러표지였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단행본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또 부랴부랴 샀지만,
안타깝게도 7권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워낙 적은 부수를 찍었던 터라 품절이 된 것이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다면 검색해서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2000년초에 우연히도 7권을 얻었습니다.
그것도 작가로부터 직접!
그래서 제 콜렉션은 완성이 됐습니다. ('파라다이스'에 한해서 말이에요 ^^)

파라다이스 7권

그 얻기 힘들었던 7권, 이렇게도 슬픈 느낌의 표지로군요. (왜 슬픈지 모르시겠다면 만화를 보셔야 ^^)


아래는 내용이 일부 들어가 있으니, 읽기를 원하지 않는 분은 넘겨주세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만화는 초능력을 소재로 삼은 만화입니다.
80년대에 많이 그리던 역사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화에서 벗어나 장르를 넓힌 거죠.
물론 그 전에 그린 무영여객이나 슈퍼트리오도 이런 범주에 속해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파라다이스'는 분명히 '레드문'으로 가는 중간단계에 있는 작품이에요.
제가 초능력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해서 이 둘을 최고의 만화로 꼽는지도 모르겠군요 ^^;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좀더 황미나를 잘 알고 더 빠져든 분들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시기도 하지만요.

이 만화의 주제는 결국 '평화'입니다.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예요.
전 인류의 화합과 평화.
그러나 그것과 상충되는 소수인들의 평화와 권리.
이것들이죠.
초능력자(에스퍼)들의 권리는 초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평화를 위협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초능력자들이 쫒겨나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결말.
게다가 그걸 알고 떠나기까지 치러야 하는 수많은 희생.

파라다이스 8권

비장한 눈초리의 준호. 마지막 결전을 앞둔 모습이지요.


결말은 꽤 비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국 독자들이 주인공의 입장에 자신을 투영해보기 때문이죠.
초능력자가 된 독자들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책을 덮으며 못내 아쉬워할 겁니다.
준호와 미리내를 위한 조그만 파라다이스는 지구 어디에도 없는 걸까...
그 여운을 다 즐기게 해드리고 싶지만, 글을 쓴 이상 한 마디만 더 해볼까요? ^^;
하지만 초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으로서, 굉장히 위험할지도 모르는 초능력자들이 주위에 있다면?
만약 초능력자들을 우리 주위에서 몰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가 그 방법을 쓰지 않고 불안해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어쩌면 여기서 초능력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머리가 아픕니다만.
당장 좋은 예가 떠오르지 않으니 뭔가 생각이 날 때까지 이 질문은 미뤄두도록 할게요.

이번 글은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한 소개에 더 가깝구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조금 있지만 ^^)
주인공에 대한 분석과 내용에 대한 더 구체적인 감상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한 달 남짓만에 글을 썼는데요.
최소한 일주일에 하나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정치 말고 만화에 대해서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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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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