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뉴스를 보다가 가볍게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인터넷 상에서 그런 댓글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요?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저로서는 정말 씁쓸했습니다.
그냥 장난처럼 하는 말에 일일이 핏발세워가며 대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볍게 흘려넘기자니 그 정도로 미움받을 건 없을 텐데라며 속만 탔지요.
그런데 참여정부가 다 끝나가는 지금도 이와 비슷한 "장난"을 볼 수 있더군요.
한나라당이 그런 정당이라고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천 화재 참사를 참여정부 탓으로 넘기질 않나,
이번에는 새 대통령 당선자가 잘못하는 일도 결국은 참여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치부하는 글까지.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견강부회는 하지 말아야지요.
논리적이지 못한 글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반더빌트님의 글을 보니 아마도 상당히 진보적 색채를 띠고 계신 듯하군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분이 글을 잘못 쓰셨거나 제가 글을 잘못 읽었겠죠.
이명박 정부도 싫고, 참여정부도 싫어서, 둘을 뭉뚱그려 공격할 수 없을까 고민한 모양인데,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게 한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참여정부가 모든 잘못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군요?
아니 왜 참여정부에서만 멈추었나요?
그 앞의 국민의 정부, 그리고 그 전, 박정희 시대, 더 깊이 올라가서 조선시대, 고려시대는 문제가 없나요?
단지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글이었다면, 예, 그런가 보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사로 발행하면서 허황된 논리에다가 감정만 실린 글은, 읽고 있기가 어렵네요.

참여정부에서 잘못한 일들이 몇가지 열거되어있던데, 요약해보면 두 가지더군요.
부동산 정책 실패와 친기업적 정책.
인정합니다. 부동산을 제대로 잡는 데 분명히 실패했고, 친기업적이라고 비판받을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친기업적이라고 해도,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도 끊임없이 요구를 했고 보수 언론들도 끊임없이 비판하지 않았나요?
어느 정도에 중심을 잡고 있느냐를 봐야지요.
민주노동당에서 요구하는 만큼 친노동자정책이 아니라면 무조건 친기업적이라고 치부되어야 하는 걸까요?

부동산에서는 부족하지만 분명히 노력을 했고 성과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 과열을 조장했다고 하는데, 참 납득하기 어렵군요.
어떻게 지방의 혁신도시를 위해 지원한 돈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건가요?
그 잡기 어렵다는 부동산 과열을 슬슬 잠재우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공이 아니라는군요.
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다구요?
도대체 다른 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다는 것은 어떤 논리인가요?
주식시장, 금융시장, 경제가 같이 움직인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군요.
서울 집값이 오르면 동해 집값도 같이 오르나요?
동경 집값이 내리고 뉴욕 집값이 내리면 서울에서도 그래야 하나요?

게다가 부동산 투기 억제에 실패해서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죠.
투기 억제를 못했다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투기를 부추기는 후보를 찍어준다는 게 어떻게 말이 됩니까?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아니라면 말이죠.
친기업적인 정책들을 보고 실망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배짱으로, 더 친기업적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입니까?
마치 절벽에 매달려있는 사람이, 그나마 자기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놀라자빠지는 꼴을 보고 싶어서
스스로 그 도움의 손을 놓아버리는 얘기 같군요.

이에 대해서는 반더빌트님 글의 댓글에 수많은 반박글들이 있으니 이 정도로 얘기하겠습니다.
그리고 MoveOn21의 난매님이 쓰신 글과 거기에 달린 "우리예리"님의 댓글이 참 잘 정리되어있더군요.

MoveOn21 난매님의 "왜 또 노무현인가?"

마무리는 좀 다른 얘기로 하고 싶네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비판받고 있습니다.
색채는 결국 중도라는 거지요.
중도보수인지 중도진보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지만요.
어쨌든 저의 이념적 성향과는 가장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지형이 저한테는 참 이해가 안됩니다.
진보주의자라면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참여정부를 덜 싫어해야 하고,
보수주의자라면 민주노동당보다는 참여정부를 덜 싫어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아요.
누군가가 참여정부가 편가르기를 해왔다고 하던데,
가운데 선 참여정부가 편가르기를 했나요, 아니면 양쪽 끝에 선 진보,보수주의자가 편가르기를 한 건가요?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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