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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꼭 얘기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었죠?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서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발언 전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너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발언을 다시 끄집어내서 어쩌겠느냐구요?
이 발언을 할 당시에는 그 무시무시한 선거법으로 인해 말을 못했으니까 이제라도 얘기하려구요.

이 말이 진심에서 나왔으면 정말로 큰 문제고, 잠깐 예로 든 것이라 해도 간과할 수는 없네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무심코, 적절하지 않은 예를 들 수 있는 사람은 믿을 만하지 않잖아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죠.

한 나라의 언어를, 그 나라의 말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말로 가르친다는 생각은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나요?
첫째로 우리말과 우리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좀더 깊게 얘기하자면 우리 민족의 얼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와 정서를 담고 있죠.
그래서 우리말로 배워야만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가 전달이 될 겁니다. 이해도 빠를 거구요.
마치 영어를 우리말로 아무리 배워봐야 제대로 발음하기도, 의미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것과 같죠.
만약 우리말을 영어로 배운다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돌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어를, 더 어렵고 하기 싫은 걸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말과 우리글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말 겁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할 것이 바로 국사죠.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이것은 영어로 가르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지금보다 훨씬 더 소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이상, 영어로 배우는 것이 우리말로 배우는 것보다 이해도가 떨어질 것은 당연하겠죠.
(그렇다고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자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이건 일단 논외로 하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더 널리 퍼뜨리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는데,
영어로 가르친다면 이에 방해가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죠.

잠깐, 설마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그건 전쟁이 나도 사람이 죽을지 안죽을지 모른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군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한번 경험한 적이 있지요.
일제시대, 그 중에서도 1930년대 이후 십여년간 우리말과 우리글을 못쓰고 모든 걸 일본어로 배운 적이 있었죠.
그런 경험을 다시, 그것도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가볍게 예로 들었다는 변명,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가볍게 생각해서 예로 들 만한 사안이 아니지요.
혹은 외국인에게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도해보자는 변명도 역시 궁색해요.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다가 오히려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우리말로 배워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외국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더 자신있게, 더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대운하 정책과 함께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이 두 가지는 꼭 철회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사람들에게 드러내보이길 좋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또 무슨 일을 계획할지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찌되었든 이 두 가지만은, 지금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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