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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에서 나온 사설을 하나 읽어보았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수긍은 못하겠어요.
일단 신정과 설날을 둘 다 쇠면 비효율이 되는 이유를 제대로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은 의미의 휴일이 두 번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단지 쉬는 날이 많기 때문인가요?
만약 후자라면, 굳이 '설'을 없애야 한다고 말할 순 없겠죠.
다른 날을 없애도 되는 거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결국 설날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봐야겠지요.
우리에게 설날은 음력으로 한 해의 시작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죠.
말하자면 가족이 모이는 날입니다.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가족들이 모여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나누는 겁니다.
물론 대가족제도였을 때는 그만큼의 의미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왜 꼭 설이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요.
관습이라는 것을 억지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지 않나요?

설날 여행을 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설에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사람들이 설날을 이미 단순한 휴일로 간주하는 증거라고 보는 건 무리죠.
설날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두가지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신정을 쇠거나, 혹은 설날을 쇠지만 연휴이기 때문에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후자의 경우는 설날을 없애야 하는 근거로서 너무 부족합니다.
그 사람들은 설날을 단지 연휴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충분히 그 의미를 알고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아직도 설날이 되면 귀성길과 귀경길이 막히는 걸 보면 설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하지만 신정을 쇠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무시할 만큼 적은 숫자는 아니겠지요. 그래서 신정도 없앨 수는 없을 겁니다.

꼭 휴일을 줄여야 한다면, 다른 날을 줄이면 되는 겁니다.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에 저는 찬성합니다.
제헌절이야말로, 정부수립기념일(혹은 광복절)과 같은 의미를 기리는 것이죠.
더 줄여야 한다면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은 어떤가요?
굳이 특정 종교의 축제에 모든 나라가 같이 쉬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대신 개천절과 한글날은 꼭 쉬었으면 좋겠구요.)

세계 다른 나라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휴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사설에선 말했죠.
휴일마저 꼭 다른 나라와 같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국가란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니까, 각각의 역사에 따라 다른 날 쉬면 되는 겁니다.
이런 논리로 설날을 없애자고 말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해야지, 하나로 묶으려고 강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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