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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을 하나도 안쓰다가 정치 이야기를 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참고 참다가 하나 써보려구요.
(재밌는 얘기들 놔두고 답답함이나 토로해야 하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선관위의 최근 판단 중 이해되지 않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친박연대'의 명칭에 관한 해석이었어요.
박근혜는 엄연히 한나라당에 있는데, 그를 위한 정당을 밖에다 만들고서 그런 명칭을 사용하다뇨?
게다가 선관위는 그 명칭이 합당하다고 손을 들어줬더군요.
우스운 일입니다.
(광고도 우습지만 그건 그냥 봐줄 수 있습니다)
탈당해서 정당을 새로 만든 것이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명칭만큼은 잘못되었어요.

두번째, 이것은 더 큰일입니다.
대운하에 대한 찬반집회를 불법선거운동으로 규정한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원칙없고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 사실 법부터 고쳐야겠습니다.
불법선거운동은 대략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행해지는, 법으로 인정되지 아니한 행동' 정도로 정의되죠.
이 부분이 참 맘에 안들기는 합니다.
법조문에서는 무엇이 불법인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처럼 애매모호한 문장을 두어,
선관위의 해석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고 합법이 될 수도 있는 여지가 없어야겠지요.
또한 합법적인 행동을 열거할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행동을 열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행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러이러한 행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이다'라고 하면 표현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제한하니까요.

가장 적절한 예로, 인터넷 상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법을 만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고, 개정할 때도 인터넷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공공장소'라는 영역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인터넷까지 포함해버렸습니다.
(여기엔 물론 경찰과 검찰, 법원도 한몫 했지요)
하지만 이것은 이른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법 해석입니다.
형법은 법조문의 유추해석을 금하고 문장 그대로 해석하도록 정해져있으니까요.
(헌법에 위배되는 조항을 사실상 폐지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조항을 자의적으로 만들 수는 없지요)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의견을 빌미로 처벌하고 싶으면 법을 개정해서 처벌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선관위의 (그리고 검찰, 법원의) 판단은 매우 잘못된 것이죠.

그런 똑같은 일을 이번 대운하에 관한 경우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일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이라는 조항 자체를 고쳐야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이 조항대로 따져보자구요.
대운하에 관해 찬성 혹은 반대를 하는 것은 분명히 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지금 그 누구도 대운하를 하겠다고 나선 정당이 없으니 문제가 되는 건가요?
대운하를 반드시 막겠다고 나선 정당들이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요?
이걸 공약으로 보고, 이 공약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무슨 죄가 되나요?
불법, 허위사실도 아니고,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실도 아닌 정책에 대한 찬성 반대가 죄란 말입니까?

선관위의 계속되는 실책에 상처받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군요.
수많은 국민들이 상처받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이런 모든 것을 잘 헤아려, 법의 범위 안에서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해주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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