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오늘은 두번째로 우리말에 관한 얘기를 한번 해볼게요.
미국말법이 어느샌가 우리말 속에 깊숙히 침투해서 이제 구분하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고 쓰는 미국말법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하긴 일본말법도 여기저기 많이 섞여있고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들도 많죠.
언어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동화된 것을 굳이 찾아내서 고치려는 노력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듯.
(그러다가도 '자주성'이라는 걸 생각하며 발끈할 때도 있지만요 ^^)
하지만 아직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색한 부분들만이라도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두 가지예요.
1. 문장 중간에 들어가는 '그러나'
2. 대명사 '그것'

우리말에서 접속사는 항상 문장 처음에 나오지요.
구어체에서는 좀더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만, 문어체에서는 엄격하게 지켜져왔지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신문, 방송에서 기자들이 쓰는 말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경찰청은, 그러나, 이번 사건에 정치적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더 강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아요.
다만 평소에 듣지 않았던 말들이라 많이 어색합니다.
말을 시작했다가 '앞의 내용과 대조되는 내용'이라는 걸 깨닫고 말을 고친 것도 아닙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왜일까요?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말에 이런 표현이 있으니까, 좀더 유식해보일까 싶어서가 아닐까...?
이것이 제 추측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그만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번 사건에 정치적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더 자연스러운가요?
얼마나 더 듣기 편한가요?

말이 나왔으니 덧붙여 얘기하겠습니다만,
미국에서도 이 표현은 고급표현으로, 격식을 갖춘 글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말할 때는, 방송에서도 그다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에요.
정말 강조해서 반전을 얘기하고 싶을 때만 사용하죠.
그래야 강조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그다지 강조라는 느낌도 들지 않고, 게다가 의미 전달도 좀 흐려지잖아요.

두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건 앞의 단어를 받는 대명사 '그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말에서도 상당히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에 없던 표현까지도 미국말법에 맞춰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의 그것에 비해 반에 지나지 않는다."
저에게는 '그것' 존재 자체가 매우 거슬립니다.
그 부분을 빼도 우리말은 충분히 의사전달이 됩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의사전달은 되지요 ^^)
어차피 '1인당 GDP'라고 쓰지 않고 '그것'이라고 쓰면,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지요.
무엇을 대신해서 쓴 건지 정확히 알려면 문장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만약 문장구조를 알고 있다면 '그것'이 없어도, 뜻을 파악할 수 있겠죠.
뿐만아니라, 우리말은 그 부분을 빼는 것이 더 올바른 사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편이 더 이해하기 쉽지요.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에 비해 반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로야 이렇게 쓰면 문법에 틀린 말이 되지만, 우리말은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왜죠?
왜 번역체를 쓰는 걸까요? 부자연스러움을 무릅써가면서까지 말입니다.
역시 유식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니면 번역하기 편하게 하려고?
당장 그만둬줬으면 좋겠어요.

가끔 혼동하기 쉬운 경우가 있긴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이 미국보다 크다."
문맥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과연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하는지,
우리나라의 대일본, 대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을 비교하는지 알 수가 없지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부 기자들의 표현을 빌면,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그것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대미국 그것보다 크다."
뭔가 좀 헷갈리지만 어쨌든 구분은 됐습니다.
알쏭달쏭해서 모를 것 같긴 해도 자세히 파고든다면 못알아듣지는 않겠죠.
하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은 어떤가요?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대일본 적자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대미국 적자보다 크다."
좀더 길어졌지만 의미를 좀더 확실하게 알 수 있죠.
'그것'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나아보이지 않나요?

생각보다는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만, 이것도 가능한 한 줄이고 줄여서 쓴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이 상당히 많았는데, 길면 길수록 논리적인 글과 멀어지는 제 글의 특성상, 여기서 줄이는 게... ^^
계속 '미국말법'이라고 했는데 사실 영어식 표현이라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 때문이 아닐까 해서 굳이 '미국말법'이라고 해봤어요.
다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양용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