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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그만 용서해주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겠지요?
참 그들의 논리가 억지스럽습니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라구요?
한번은 92년이고 두번째는 97년이니 이제 겨우 12년이 지났을 뿐입니다.
법적으로는 공소시한을 넘겼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부패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던 80년대였다면 모르겠습니다.
90년대 후반까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백하고 용서를 구했으니 괜찮다고요?
누구나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바로 용서해줘야 합니까?
경중을 가려야지요.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위장전입을 했을 때 이런 어려운 일을 겪는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미래 검찰총장을 염두에 두는 많은 검사들이 마음 속에 교훈으로 삼을 수 있게 말이죠.

예전 민주당에서 추천했던 후보들과는 경우가 다르다구요?
그 때는 도덕성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이런 것조차도 큰 흠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우습던지요.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면 더 엄밀하게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고, 스스로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면 덜 해야 하나요?
시대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어째서 지금은 그 때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는지요?
우리 사회에서 이젠 도덕성의 흠집 정도는 눈감아줘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길 바랍니다.

스스로 죄가 없는 사람만 김준규 후보자를 몰아세우라구요?
일에 경중이 있듯이, 공직자에게도 속해있는 조직과 서열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됩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한번쯤 법을 어겨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후배검사들에게 모든 불법행위를 엄격하게 수사하라고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들에게 법을 어기면 안된다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어도 이번 일을 쉽게 용서해줘서는 안됩니다.
만약 결과적으로 김준규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이번 일로 많이 괴로워해야 합니다.
뒷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지요.
위장전입 정도는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니까 쉽게 넘어가주더라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번에 김준규 후보자를 용서해주려면, 한나라당에서는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해야 합니다.
지금 용서해줘도 되는 위장전입을 과거에는 오히려 용서할 수 없는 대죄로 몰아붙였다면,
자신들이 과거에 잘못 생각한 것이든지 혹은 지금 잘못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도덕성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거니까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깊게 생각해보세요.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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