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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3 정동영, UCLA에서 강연 6

오늘, 12월 2일 오후 6시 30분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UCLA 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의 강연은 열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는데요.
보름 전에 열릴 계획이었던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강연은 갑작스레 취소가 되는 바람에 허무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이번 강연은 다행스럽게도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정동영씨를 민주당 인사로서 지지하기는 하지만, 제가 그의 열성적 지지자라거나 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외국에서 보기 힘든 국내 유명인사라서 한번 참석해보았습니다.
정동영씨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9년전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그 때에 비해서 정동영씨는 위상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저는 그런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점이 차이로군요 ^^;
하기야 저도 당시엔 평범한 대학교 4학년 학생이었던 데 반해,
지금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주 약간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의 강연은 UCLA 한국학 연구소에서 주관했습니다.
한국학 연구소장인 던컨 교수는 한국말도 잘하는 할아버지더군요.
오늘 돌발상황에서 통역을 두어차례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던컨 교수의 소개로 자리에 나선 정동영씨는 한반도의 평화에 관해 한 시간 정도 발표를 했습니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The Fourth Wave on the Korean Peninsula

그는 국제협력과 공조를 통한 평화와 번영을 앨빈 토플러가 주창한 제3물결에 이어 제4물결로 지칭하더군요.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분은 그다지 많지 않겠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것도 그의 자유이겠지요.
발표는 순조로웠습니다.
서너차례 농담도 섞어가며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더군요.
영어는 많이 유창하지는 않았고 가끔 틀린 표현도 있었지만 의사전달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40분 남짓 질문을 받을 때는 가끔 심하게 더듬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는 없었습니다.
한번은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던컨 교수의 도움을 얻기도 했고,
또 한번은 답변을 한국말로 하고 던컨 교수에게 영어로 통역을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2년 이상 미국에서 지내온 저보다 표현도 풍부하고 발음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못하는 걸까요? ^^)

내용은 여러분이 쉽게 예상하실 수 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평화가 의미하는 바를 주로 정치적인 관점에서 서술했고,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며, 개성공단이 중단되지 않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대화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했지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해결방법이 더 효과가 있고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를 설명하더군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구요.
원칙적으로, 결론에 대해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아쉽게 생각한 것은 평화의 경제적 의미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공부한 것이 경제학이기 때문일까요? ^^;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경제학을 소상히 알도록 주문하는 것은 좀 어려운 요구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왕 이런 주장을 펴려면 더 완벽했으면 좋겠네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말이죠.
스스로 잘 모른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테고요.

전체적으로는 그럭저럭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발표도 괜찮았고, 질문의 수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해 두루뭉실하게 어우르는 답변을 두어차례 하더군요.
또 답변에 덧붙여 약간 요점을 벗어나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는데, 불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 말하는 방법에 이와 같은 습관이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었던 것은 높게 평가합니다.
굳이 평점을 부여하자면 A- 혹은 B+ 정도의 강연이었다고 봅니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는 뜻이 되겠군요 ^^)

사진을 하나도 찍어오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사진기도 가져가지 않았고 휴대폰으로 찍어봐야 컴퓨터에 옮길 수 없다는 생각에 하나도 찍지 않았거든요.
어찌됐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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