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엄기영.
MBC 뉴스데스크의 최장수 앵커였던 그를 저는 믿어왔습니다.
사장이 되어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사과하는 방송을 냈을 때도 믿음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파상공세에 MBC가 부러지지 않도록 잠시 물러서는 것일 뿐이라며...
작년에 있었던 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도우러 갔다고 했을 때도 설마 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겠거니 하고...

그런 그가 결국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강원도지사 경선에 출마를 했습니다.
당선되기 위해서 연일 MBC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상대후보와 민주당을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는 결국 정치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네요.
그것도 집권여당의 힘을 등에 업어 가능한 한 더 쉽게 데뷔하고자 하는 평범한 정치꾼입니다.
제가 믿어왔던 엄기영은 허상이었습니다.
배신감?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제가 그에게 잘못된 이미지를 덮어씌웠던 것 뿐이죠.

이명박 정부로부터 쫓겨난 것이 아니라며 거짓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을 감싸지만 않았어도
PD수첩이 흠결 많은 프로그램이라며 자신의 전 직장을 팔아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잘보이려 하지만 않았어도
민주당이 MBC를 장악해서 최문순을 도운 것이라며 흑색선전을 통해 상대를 깎아내리려 하지만 않았어도
제가 이런 글을 쓰며 엄기영에 대한 제 잘못된 믿음을 고백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요.
반성합니다. 그에게서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된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을요.
그가 더 실망스러운 일들을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저만의 바람일까요?
Posted by 양용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