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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보수인사들과 보수단체들이 힘을 얻으면서 여러 우려되는 일들이 벌어지네요.
그 중 하나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인사들의 역사관 강연이죠.
특히 서울시 교육감으로 선출된 공정택씨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에게 강연을 하도록 주관했다지요?
겉으로는 균형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진보인사의 강연은 주관은 커녕 후원도, 허용도 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면 표리부동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 뉴라이트의 역사관이 어떤지 한번 가볍게 살펴보죠.

1. 그들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했지만 그 동안의 정책으로 인해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과연 어떤 정책이 우리나라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나요?
공장과 사회간접자본 등 경제시설?
이건 주로 이북지역에 집중이 되어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혜택을 별로 받지 못했죠.
그나마 있던 것들도 수탈 목적으로 지어진 것들이지 우리나라를 진정 발전시킬 목적은 아니었던 겁니다.

교육시설의 확대 및 고등교육 기회 제공?
그들의 교육은 사실 세뇌목적이었죠.
뉴라이트가 그토록 비난하는 (사실 저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찬양 및 세뇌와 뭐가 다른가요?
일본제국의 목적은 모든 사람을 일본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고, 이에 따른 역사왜곡도 서슴지 않았지요.
우리글과 우리말, 우리 문화를 모두 말살하려고 하고, 그것을 다른 걸로 대체하려고 했지요.

어떤 사람들은 목적과 다르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된 일본인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이었지만, 결국 신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거죠.
군수물자를 생산하고 그것을 운반하기 위한 시설들이었지만, 나중에는 경제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죠.
그런데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나요?
이건 마치 나를 괴롭히는 친구에게 복수하려고 힘을 길러 일인자가 되었다면, 그 친구에게 고마워하라는 얘기 같네요.
설마 그런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그냥 고마워하지는 말고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끝내려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뉴라이트의 지상과제인 것처럼 들리네요.
그렇다면 왜 과거사를 밝히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그토록 반대하고, 없애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친일을 했고 독재시대에 어떤 잘못들이 횡행했는지, 군의 암흑기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왜 알고 싶지 않은가요?

어떤 보수인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까짓 걸 밝혀서 무얼 하느냐구요.
과거의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지금 우리의 삶에 바뀌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구요.
이와 같은 인식은 역사를 왜 배우는지에 대한 통찰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지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이 잘못된 행동이고 어떤 것이 바른 행동인지를 알게 되지요.
누가 친일행동을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 친일이었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그 기준을 바로세워야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더 주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안에 따라서 일관성 없이 의견을 내놓는 것이 참 진실성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친일본단체라고 툭 터놓고 이야기하면, 욕은 하겠지만 일관성 없다고 비판하지는 않겠지요.
마치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니 일관성없는 의견들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요?

여기까지 뉴라이트가 제 의견에 동의해준다면, 일단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는 합의를 했군요.
일본이 식민지가 된 한반도에 실행한 정책들이 부분적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말이죠.
그렇지만 아직 평가가 남았습니다.
그 정책의 잘못된 점은 분명히 눈에 보입니다. 자유를 빼앗고 경제와 문화 전반에 큰 피해를 주었지요.
부분적이나마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여러 보수인사들이 만약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못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식민지가 되기 전 우리나라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평하고,
다른 사람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었으면 더 큰 수탈을 겪고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적었을 거라고 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근거가 희박하죠.

저도 주장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당시에 이미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훨씬 발전했을 거라구요.
이렇게 나라가 둘로 분단되지 않았을 테고, 북한과의 대치로 인해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겠지요.
일본말과 일본글, 잘못된 역사를 배우느라 허비했던 36년을 좀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겠지요.
지금처럼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뉴라이트와 이처럼 비생산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됐을 테지요.

어떤가요?
아직도 저를 설득시킬 만한 근거가 남아있는지요?
정말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것이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지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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