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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부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죠?
알고 보니 16대 국회가 끝나갈 때쯤 해서 이미 한나라당 국회의원 십여명이 건국절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더군요.
저도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광복절'이라는 명칭은 참 좋지만, 앞으로 언제까지고 이를 기념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만년 후까지도 독립을 기념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적당한 시기가 언제일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독립 후 100년쯤 지나면 '광복절'보다는 다른 명칭을 쓰는 게 낫겠다고요.
그 때 다른 명칭으로 무엇을 생각해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건국한 날'이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찔합니다.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습니다.
내가 하고 있던 생각과 똑같은 내용을 친일 숭미 반민족 뉴라이트에서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이에요.
(이렇게 깎아내리는 표현을 블로그에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그 단체의 성격의 90%인데 말이죠.)

제 생각 중에 이 부분은 옳았으면 좋겠습니다.
2050년쯤 되면 더이상 독립을 기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아니 그보다는 독립 후 100년이 지난 후에도 독립을 기념해야 된다면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그 때는 우리나라가 전날의 상처를 말끔히 지우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대국이 되어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독립 10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한 후, 자연스럽게 우리 머리 속에서 잊혀져가면 제일 좋을 듯합니다.
더이상 우리 가슴 속에 아무런 응어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면요.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일본이 제대로 사과하고 진정한 이웃나라로서 거듭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금으로선 참 불가능해보이지만, 앞으로 40년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하지만 건국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체제의 공화국이 탄생한 것은 그 날이 맞습니다.
초대 대통령도 그 날 취임을 했고, 세계 만방에 나라이름을 알린 것도 그 날이죠.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로 체제를 바꿨다고 해서 그 전에 있던 '대한민국'이 사라져야 하나요?
1919년 4월 13일에 이승만씨를 수장으로 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이 때는 대통령제였죠. 몇년 뒤 김구 주석을 중심으로 한 내각제로 바뀌었고요. Jeff님 감사합니다.)
실질적인 통치권도, 제대로 된 법 체계도 없고, 심지어는 정부조직을 채울 만한 인원도 부족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입니다.
엄연히 존재했던 나라를 역사 속에 파묻고, 마치 48년부터 나라가 존재했던 것처럼 포장하겠다구요?
그렇다면 남의 국호를 훔쳐쓰는 것밖에 더되겠습니까?

자랑스럽게 선포합시다.
우리나라는 1919년 4월 13일에 건국되었다고요.
이미 헌법에도 명시해두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말이죠.
즉, 우리나라의 정통성은 1919년 4월 13일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가 업무를 시작한 1948년 8월 15일이 아니고요.
정히 건국절을 기리고 싶으면 4월 13일로 합시다.
우리나라는 건국 89주년을 맞았고, 연호를 쓴다면 '민국 90년'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개천절 10월 3일과 함께 대한민국이 세워진 4월 13일을 기념해야 합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고, 우리나라의 승전기념일이고, (이 개념에 대해서는 현경병 의원의 말을 따왔습니다.)
독립 후 새 정부수립일이고, 일본의 패전일입니다.
분명히 누군가의 생일일 테고, 결혼기념일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건국일 혹은 건국절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8월 15일을 건국절로 바꾸자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동을 당장 그만두기 바랍니다.

수정: 임시정부가 세워진 날은 1919년 4월 13일입니다. 제가 신문기사 몇개만 보고 4월 11일로 착각하여 글을 잘못 썼으나 인터넷별장통신님의 글을 비롯하여 다시 검색을 해보니 4월 13일이 맞는 날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인터넷별장통신님 감사합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부정확한 내용을 글로 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게요.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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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비프리박 2008.08.15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만 하는 꿍꿍이가 있길래...
    저 짓을 하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뺏긴 나라를 되찾고서 정부세웠다고 '건국'이라고 부르는 건...
    이건 뭐, 웃기지도 않고, ... 허탈합니다. 0..0;

    • BlogIcon 양용현 2008.08.15 1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지적을 하시듯, 뉴라이트는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일제시대를 옳은 것으로 미화하려고 하죠. 참 가증스럽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1919년 건국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긴 합니다. 좀더 논리를 정연하게 할 필요성을 느끼네요. 하지만 조선-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나라에서 대한민국으로 탈바꿈한 것이 1919년이고, 여기에 정통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제치하는 이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시도였고 말이죠.

  2. BlogIcon sephia 2008.08.15 1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정합니다. 이건 뭐 역사의식이 없는 인간들이나 하는 소리죠. ㄱ-

  3. BlogIcon 벨프랜드 2008.08.15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은 말씀입니다^^

  4. BlogIcon Jeff 2008.08.15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신 트랙백보고 왔습니다. 따로 포스팅했으니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 BlogIcon 양용현 2008.08.16 04: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길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구요. 저는 가능한 한 짧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도 오래 걸렸어요 ^^;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 BlogIcon nakada 2008.08.16 0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생각을 하기에 건국절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지...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머리속에 들어가보고 싶어요

  6. BlogIcon 멋진백작 2008.08.16 0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오히려 혼란을 준 게 아닌가 생각 되네요...
    자료들을 보니 4월 11일로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양용현 2008.08.16 0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기사를 참고했던 거라 4월 11일로 했지만, 멋진백작님 글을 보고 한번 더 검색을 해봤습니다. 다음 백과사전에 4월 13일로 되어있어서 이 쪽이 맞을 것 같습니다.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b04d3348a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인용했더군요. 다른 근거를 찾으셨는지요?

    • BlogIcon 멋진백작 2008.08.16 1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4월13일, 오마이뉴스를 참고했거든요. ^^
      지금 확인해 보니 역시 4월13일이 지대로 인 것 같습니다. ^.*
      이런 혼란도, 저들의 황당주장도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서 그렇다눈-ㅋ 남 탓 *.*
      다시 한 번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양용현 2008.08.16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중요한 날짜라도 기억하려 애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곤 하죠. 항상 되새겨야 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

  7. BlogIcon 나이스7 2008.08.16 0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 댓글보고 왔습니다. 제 블로그 전글들의 성질들로 미루어봤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싶어 비공개로 바꿔놨는데요. 그 사이에 님께서 댓글을 주셨네요;
    저도 정부가 국민들 사이에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해줬으면 합니다. 안바꿀거라고는 했지만 정부의 공식적입장이라해서 발표한 것은 아직 없는 상황이네요. 이명박씨의 문제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자신이 그리 생각하면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멋대로 생각하는것과,뭔갈 추진 할 땐 설명을 해서 설득이나 납득을 가게 한다던가 하는게 없이 밀어 붙이는 것,..설사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뭔갈 말을 해줘야 알지...답답하네요. 저도 건국절을 궂이 정한다면 4월 13일이라고 생각합니다.(이유는 좀 다르지만요;)글 잘읽었어요:)

    • BlogIcon 양용현 2008.08.16 14: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연히도 그 사이에 가서 제가 댓글을 남겼군요 ^^;
      다양한 견해가 있으니 단지 주장만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다만 정말로 바꾸려고 시도하면, 게다가 그 시도가 성공할 것 같으면 정말 불안하죠. 가만히 있으면 동의하는 줄 알까 봐서 미리 겁먹고 나서게 되네요.

  8. 김덕중 2008.09.16 1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만, 미국이 아직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것을 볼 때
    2050년에도 광복절을 기념하는 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 BlogIcon 양용현 2008.09.19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덕중님 댓글을 보고 반가웠는데, 부모님과 같이 여행중이라 얼른 답을 남기지 못했네요. 좋은 의견입니다. 글에서 이런 부분도 언급해볼까 하다가 글의 통일성을 감안해서 빼버렸는데요. 덕중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미국이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건 좀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건국의 의미가 있구요. 인디언시대에서 식민지시대를 거쳐 하나의 나라로 거듭난 것이 그 날이었으니까요. 상징적 의미가 더 강하죠. 하지만 우리의 광복절은 단순히 나라를 빼앗겼다가 되찾았을 뿐 건국의 의미는 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왕정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치체계가 수립되었지만 여러가지로 생각해봤을 때 대한민국은 조선과 대한제국을 계승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제 의견이고, 다른 분들의 다른 의견도 많이 들어보고 싶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