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건국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8.15 건국절은 4월 13일이다 18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부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죠?
알고 보니 16대 국회가 끝나갈 때쯤 해서 이미 한나라당 국회의원 십여명이 건국절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더군요.
저도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광복절'이라는 명칭은 참 좋지만, 앞으로 언제까지고 이를 기념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만년 후까지도 독립을 기념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적당한 시기가 언제일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독립 후 100년쯤 지나면 '광복절'보다는 다른 명칭을 쓰는 게 낫겠다고요.
그 때 다른 명칭으로 무엇을 생각해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건국한 날'이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찔합니다.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습니다.
내가 하고 있던 생각과 똑같은 내용을 친일 숭미 반민족 뉴라이트에서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이에요.
(이렇게 깎아내리는 표현을 블로그에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그 단체의 성격의 90%인데 말이죠.)

제 생각 중에 이 부분은 옳았으면 좋겠습니다.
2050년쯤 되면 더이상 독립을 기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아니 그보다는 독립 후 100년이 지난 후에도 독립을 기념해야 된다면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그 때는 우리나라가 전날의 상처를 말끔히 지우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대국이 되어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독립 10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한 후, 자연스럽게 우리 머리 속에서 잊혀져가면 제일 좋을 듯합니다.
더이상 우리 가슴 속에 아무런 응어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면요.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일본이 제대로 사과하고 진정한 이웃나라로서 거듭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금으로선 참 불가능해보이지만, 앞으로 40년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하지만 건국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체제의 공화국이 탄생한 것은 그 날이 맞습니다.
초대 대통령도 그 날 취임을 했고, 세계 만방에 나라이름을 알린 것도 그 날이죠.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로 체제를 바꿨다고 해서 그 전에 있던 '대한민국'이 사라져야 하나요?
1919년 4월 13일에 이승만씨를 수장으로 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이 때는 대통령제였죠. 몇년 뒤 김구 주석을 중심으로 한 내각제로 바뀌었고요. Jeff님 감사합니다.)
실질적인 통치권도, 제대로 된 법 체계도 없고, 심지어는 정부조직을 채울 만한 인원도 부족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입니다.
엄연히 존재했던 나라를 역사 속에 파묻고, 마치 48년부터 나라가 존재했던 것처럼 포장하겠다구요?
그렇다면 남의 국호를 훔쳐쓰는 것밖에 더되겠습니까?

자랑스럽게 선포합시다.
우리나라는 1919년 4월 13일에 건국되었다고요.
이미 헌법에도 명시해두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말이죠.
즉, 우리나라의 정통성은 1919년 4월 13일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가 업무를 시작한 1948년 8월 15일이 아니고요.
정히 건국절을 기리고 싶으면 4월 13일로 합시다.
우리나라는 건국 89주년을 맞았고, 연호를 쓴다면 '민국 90년'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개천절 10월 3일과 함께 대한민국이 세워진 4월 13일을 기념해야 합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고, 우리나라의 승전기념일이고, (이 개념에 대해서는 현경병 의원의 말을 따왔습니다.)
독립 후 새 정부수립일이고, 일본의 패전일입니다.
분명히 누군가의 생일일 테고, 결혼기념일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건국일 혹은 건국절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8월 15일을 건국절로 바꾸자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동을 당장 그만두기 바랍니다.

수정: 임시정부가 세워진 날은 1919년 4월 13일입니다. 제가 신문기사 몇개만 보고 4월 11일로 착각하여 글을 잘못 썼으나 인터넷별장통신님의 글을 비롯하여 다시 검색을 해보니 4월 13일이 맞는 날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인터넷별장통신님 감사합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부정확한 내용을 글로 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게요.

Posted by 양용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