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배너

25일 월요일은 미국에서는 휴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였어요.
쉬는 날이 아니면 다녀오기 힘들 것 같아서 부랴부랴 챙겨 다녀왔습니다.
몇년만인지 양복을 꺼내입고,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담배도 사들고요.
국화를 사려고 했지만 팔지 않아서, 분향소에 있기를 바라고 무작정 갔어요.

사실 더 일찍 가고 싶었는데 처음 검색해봤을 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어요.
마음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그제 기사를 뒤적이다가 LA에도 분향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어제 바로 찾아나섰지요.

한인타운에서 8가를 따라 호바트(Hobart) 길과 만나는 곳에 한민족 노동상담연구소(KIWA)가 있더군요.
입구에 조화가 두 개 서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니 몇몇분이 상복을 입고 맞이해주시더군요.
프로젝터에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상들이 쏟아져나오고, 그 옆으로 영정이 놓여 있었습니다.
국화가 준비되어있어서 저도 영전에 한 송이 바칠 수 있었습니다.
담배도 뜯어서 한 개비 살짝 꺼낸 채로 제단에 올렸습니다.
이미 몇갑 놓여져있더군요.
두 번 절하고 상주로 계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몇마디 이야기한 뒤에 나왔는데 어느새 30분이 흘렀더군요.

조문을 마치고 나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영정이 놓여져있는데도,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아직도 거짓말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눈물이 흐르지 않은 데 대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끝까지 거부해보려는 마음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분향소가 만들어진 지 만 이틀이 되어서도 천여명만 다녀갔다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에도 드문드문 몇 분 오셨지만, 줄설 필요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적더군요.
LA 교민이 위성도시까지 합해 거의 백만에 육박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적은 듯하네요.
홍보가 덜 되어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만약 이것이 교민사회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꽤나 슬플 듯합니다.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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