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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역사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앞글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일관성 결여: 식민지 근대화론에 부쳐"부터 봐주세요.

2. 뉴라이트는 종군위안부는 자발적이고 민간에 의해 운영되었다고 말합니다.

글쎄요, 저도 뉴라이트 회원의 모두가 이에 대해 동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안병직씨와 이영훈씨는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명은 전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다른 한 명은 현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제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모든 경제학자가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경제사학자 중에서도 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왜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지 참 궁금하지요?
상식적으로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말입니다.
그들의 근거는 하나입니다.
일제시대에 기록된 문서입니다.
아하, 문서에 기록이 남아있었군요!
그렇다면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문서에 기록된 것들은 모두 사실이고 한치의 틀림도 없으니까요!!!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입니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문서를 그대로 믿을 수가 있는지요?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기록입니다.
이긴 사람이 가능한 한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축소할 수도,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있는 사실을 - 기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없던 사실까지 만들어 기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역사학자라면 이런 부분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삼국지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왕윤이 동탁의 무리를 내쫓은 뒤 동탁에게 빌붙어 있던 채옹에 대한 처결을 명하면서
'지난 날 효무제께서 사마천을 죽이지 않고 사기를 짓게 했더니 효무제를 비방하는 글을 남겼다'라고 말하지요.
말하자면 역사서는 주관이 어떻게든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마천이 아닌 다른 사람이 썼다면 효무제에 대한 칭찬이 올라올 수도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일본이 남긴 기록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쓰여져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강제동원되었고 일본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운영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의심해보고, 근거를 찾아봐야 합니다.

정말 객관적으로 쓰여져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조차 정부의 정책과 실제 운용실태는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한때 우리 군에서 병사들끼리 서로 존댓말쓰기를 명령한 적이 있습니다.
군 최상위 정책집행자들의 결정이었지요.
당연히 문서로 기록되었고 모든 부대에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모든 부대에서 지켜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를 강제하고 운용실태를 보고하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좀더 강하게 감시할 테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잘 되고 있다는 허위보고를 올리겠지요. 그렇다면 이것도 문서로 남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문서들은 실제와 다른 거짓을 담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 종군위안부에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일본정부가 이를 불법으로 하고 군부에 의한 운영은 금지했다고 해도,
최전선에서 군을 통솔하는 지휘관들이 그 필요성을 느꼈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위안소를 설치하려 했을 겁니다.
일본정부가 불법으로 하면 할수록 위안소 설치는 민간과 자율을 더더욱 가장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과 강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를 일본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죠.
종군위안부 기록에 관해서 일본 문서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됩니다.
사실을 가장해서 거짓으로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문서가 사실이고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위안소를 불법으로 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군에 의해 강제로 설치되고 운영됐을지도 모르며, 이럴 경우에도 일본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문서가 아니라 실제 어떻게 운용되고 있었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운용실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할까요?
이것은 일본 문서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증언에서 찾아야 합니다.
실제 일본군에서 이와 관련해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
강제로 끌려가서 위안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

뉴라이트는 오히려 이렇게 반박합니다.
그 시대에 그런 일을 겪었던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과연 그들의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말이죠.
왜 그들의 말은 믿지 못하면서 일본 정부의 문서는 그대로 믿는 건가요?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나요?
일본 정부는 저지른 잘못을 가려야 하는 입장에 있으니 거짓말을 할 유인이 있지만,
강제집행과 운영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나 강제로 끌려갔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유인이 없습니다.
그들은 없던 사실을 꾸며내어 이득을 볼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나요?
왜 일본 정부의 문서만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는 건가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Posted by 양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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